영아기에는 아이들의 언어습득이 완성되지 않아 타인과 언어로 잘 소통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어적 상호작용을 위한 준비는 이미 이 시기부터 시작됩니다.
준비 과정 중 하나가 바로 turn-taking입니다.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주고받는 ‘상호작용’의 모습을 뜻합니다. 부모가 말도 못 하는 영아에게 눈 맞춤하며 “까꿍~ 안녕?”, "뭐 하고 있었어?”와 같은 말을 하고 기다리면 아이는 말로 대답하지는 못해도 옹알이하거나 웃거나 눈을 깜빡이면서 반응합니다. 이런 영아의 반응을 보고 부모가 또 말하고, 영아는 이를 가만히 듣고 있다가 반응하며 서로 주고받습니다. 이렇게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경험을 통해 영유아는 언어 습득 이전부터 의사소통이란 상대방과 번갈아 가는 쌍방향적인 것임을 알게 됩니다. 이처럼 turn-taking은 인간 대 인간이 하는 의사소통의 기본입니다.
영유아기 이후의 자녀와 부모의 의사소통이라고 다를까요? 아닙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부모는 자녀와 turn-taking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번 잡은 마이크를 내려놓지 않습니다. “이게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소리야”, “이거 나 좋자고 하는 얘기니?”, “내가 해봐서 아는데…”, “엄마, 아빠 말 들어서 나쁠 것 없어” 등의 turn-taking 없는 이야기는 그저 공허한 메아리가 됩니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눈을 맞추며 웃지도 않고, 눈도 깜빡이지도 않습니다. “아우~ 또 저 소리…”, “귀에 피 나겠네…” 라며 외면할 뿐입니다.
이처럼 turn-taking이 되지 않는 일방적인 말은 공허한 소리, 무의미한 소음이 됩니다. 아이들에게 발달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다음 발달 단계로 넘어간다는 것은 과업 달성의 연속이기 때문입니다. 배움과 성취, 좌절과 극복의 경험이 공존합니다. 힘이 드는 과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아이의 발달 과정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부모는 아이들의 문제를 함께 직면하고, 함께 소통하려는 자세로 다루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일방적인 잔소리는 효과가 떨어집니다.
그보다는 아이들이 무사히 과제를 수행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며, 아이를 위한 일입니다. 그러려면 말하는 것보다 경청이 필요합니다. 경청은 ‘귀 기울여 듣기’를 뜻하지만, 단순히 물리적으로 아이의 소리를 귀로만 듣는다는 의미를 넘어서는 의미입니다. 아이의 다양한 관심 표현을 존중하고, 적극적이고 진지한 태도로 들으며 긍정적인 신체적 접촉을 하는 등 온몸과 온 마음으로 비판 없이 수용하고 존중하며 귀 기울이는 것을 말합니다.
통(通, 통할 통)하지 않으면 통(痛, 아플 통)합니다! 소통이 안 되면 모두가 괴롭습니다. 불통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럽습니다. 나와 다른 모습과 생각을 turn-taking과 경청으로 이해하고 있나요? turn-taking과 경청으로 부모와 자녀, 즉 타인과 내가 서로 존중하고 존중받는 상호작용이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