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감정을 경험합니다. 기쁨, 슬픔, 분노, 불안, 두려움, 사랑 등 다양한 감정은 인간의 삶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지만,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정신 건강과 대인관계는 큰 영향을 받습니다. 정서 표현은 단순한 감정의 표출이 아니라, 자아 인식과 소통을 위한 핵심적인 수단입니다.
정서 표현이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스스로 인식하고, 그것을 언어 혹은 표정·몸짓·눈빛과 같은 비언어적인 방식으로 적절하게 표현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학습을 통해 발달하는데, 그 출발점이 바로 유아기입니다.
유아는 아직 말로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이 충분히 자라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주로 행동으로 표출합니다. 화가 나면 물건을 던지고, 불안하면 부모에게 매달려 울기도 하죠. 부모는 자녀의 이런 모습에 당황하거나 들어주면 버릇되지 않을까 염려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실 이는 아이가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정서 표현은 감정 조절의 첫걸음이 됩니다. 유아가 자기 정서를 표현하는 것은 곧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속상한 감정을 말로 풀어내는 법을 배운 아이는 점차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다스리는 법도 배우게 됩니다. 또한, 감정을 잘 표현하는 아이는 또래 친구들과의 관계도 훨씬 원활합니다. 갈등 상황에서도 자신의 기분을 솔직하게 말하고 타협할 수 있는 능력은, 건강한 사회성의 기초가 됩니다.
그렇다면 부모는 아이가 자기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도록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요? 다음 네 가지 방법을 일상에서 실천해 보시면 어떨까요?
첫째,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세요. 아이가 느끼는 감정을 말로 표현해 주는 거예요. “행복하구나‘, “지금 무섭구나.”, “속상하구나.”, “기분이 좋아서 웃는 거구나.” 이런 말은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언어로 표현하는 연습이 됩니다.
둘째, 감정 표현의 역할 모델이 되어 주세요.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고 건강하게 표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겁니다. “엄마는 지금 조금 피곤해서 쉬고 싶어.” “아빠는 네가 도와줘서 기뻐.” 같은 부모의 정서 표현 방식은 곧 아이의 정서 표현 방식이 됩니다.
셋째,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세요. “그렇게 느낄 수 있어.” “엄마(아빠)도 그런 기분이 든 적 있어.” 등과 같이 아이의 감정에 공감하고 수용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기억해야 할 중요한 한 가지는 “네가 화가 많이 났구나(인정). 그런데 동생을 때리는 건 안 돼(지도).”와 같이 아이 감정을 인정하되 행동은 지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넷째, 놀이와 활동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기회를 제공해 주세요. 유아는 말보다 놀이로 감정을 더 잘 표현합니다. 인형 놀이, 역할 놀이, 감정 카드 게임, 색으로 감정 표현하기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아이가 자연스럽게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세요.
유아의 감정은 격렬하고 예측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아이가 감정을 ‘배우는 중’ 이라는 증거입니다. 감정을 억누르기보다는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아이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고,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주는 따뜻한 시선이 필요합니다. “왜 이러는 거야?”라는 생각 대신, “이 아이는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보세요. 그 물음에서부터 아이의 정서 건강은 한 걸음 더 자라납니다.